막 뭐라도 써볼까 하던차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누군가 갑작스래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건 익숙해졌다. 밑층에 사는 J는 혼자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꼭 물어본다. '같이 바람 쐬러 나갈래?' 얇은 겉옷만 걸쳐입고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눈이 오고 있었다. 첫눈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큼지막한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내렸고 우리는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축축해서 앉기 싫었지만 화장실 포즈로 앉아있는 것 보다는 나을것 같아서 앉았다. J는 담배를 피웠고 나는 쌩목으로 I'm just a kid를 불렀다. 담배재를 날리는 J가 그만두라고 할때까지 쌩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그만두고 애꿋은 열매를 따서 아무 창문에나 던졌다. 코를 긁적였다. 피부가 안 좋아진 탓도, 그리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미친듯이 필링을 하다보니 피부가 약해져서 따끔따끔 아팠다. J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고, 나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Do you love me? 라는 말에 자신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J가 말했다. 자기는 I love you 라는 말을 마구 하는것이 싫다고 한다. 약간 대화의 틈이 생겼다. 나는 무척이나 자주 말하는데.. 하고 내가 말을 흐리자 J는 뾰족하게 쏘아댔다. 안좋은거야. 절대로 네가 먼저 그런말을 해서는 안돼. 나는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해 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라고 고백한다면 J가 날 나무에서 밀어버릴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럼 넌 뭐라고 남자친구.. 아니 피앙세가 Do you love me? 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니? 라고 묻자 J가 말했다. Well.. I like you and I really care about you.. but eh- 너무 자주 말했던 탓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근데 안 그러고는 안되지 않았던가.
나무 밑으로 C가 지나갔다. 안녕! 하고 부르고 오늘 뭐 했니 라고 묻자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방 모퉁이에 앉아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어.' 라고 말했다. C가 지나가고 난 다음 말했다. 쟨 정말 emokid구나. J가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J가 담배를 다 피우고 우리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물었다. 그런데 왜 날 불렀니? J가 말했다. 내가 네 룸메가 되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혼자 있는것 같아서.
약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두고보기 딱할정도로 되어가고 있는 걸까. 예전에 나보고 emokid라고 불렀던 사람이 또 한명 있었다.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 졌다.
at 2009/10/19 09:32 by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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